15일 차에는 나를 참지 못하게 하는 것, 즉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빠지는 상황들을 생각해 보았다. 가만히 되짚어보니, 내가 화를 내는 이유를 곰곰이 분석하다 보면 오히려 나의 열정이 어디에 있는지 발견할 수 있다고 해서 생각을 해 보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화를 참지 못하는, 다소 와일드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게 되었고, 나쁜 관계를 만들지 않기 위해 화를 삼키는 법을 배웠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인생은 소설이다”**라는 책에서 읽은 글귀가 아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군아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인생사의 본질은 아니다. 인생사란 사람들에 대해 오해하고, 계속 잘못 알고, 언제까지고 집요하게 그릇된 판단을 하고, 신중하게 다시 생각해보고 나서 또다시 오해하는 것이다. 

- 필립 로스


 

 

 

하지만 사람인지라 그것 역시 잘 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내가 미친듯이 화가 났었던 때가 생각나 그 이야기를 풀어보려한다. 

 

 

 

 

예상치 못한 불쾌한 경험

매주 목요일은 청라에서 북미팅이 있는 날이라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그날도 평소처럼 도서관으로 향했다. 청라 도서관의 주차장은 협소하기 때문에 보통은 근처 세븐스퀘어에 주차를 하지만, 비도 오고 날씨도 추워서 도서관 주차장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도서관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만차였고, 나는 사람들이 빠져나오기를 기다렸다. 15분 후 한 차량이 나가려 하길래 후진을 하려는데, 갑자기 빨간색 마티즈가 내가 기다리던 자리로 쏙 들어가 버렸다. 당황한 나는 차에서 내려 운전자에게 다가갔다.

 

“저 여기 주차하려고 기다렸는데, 먼저 들어오시면 안 되죠.”

 

 

 

 

그러자 상대방은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여기가 은행이야? 대기표라도 있냐고?"





그 운전자는 60대 정도로 보이는 남성이었고, 말 한마디 남기고 그냥 올라가 버렸다. 

 

 

 

 

분노의 순간, 그리고 성찰

그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나이 든 어른이라면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거라고 기대했는데, 오히려 무례한 태도를 보이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 했다. 그러나 비 오는 날씨 속에서 오래 기다린 끝에 이런 일을 겪으니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다.

 

분을 삭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 그 사람을 다시 찾아가서 미친듯이 소리지르기 시작했다.

 

“야! 이 XX삐리리얀!!!! 너는 나이를 제대로 먹은거 맞아?라고 하면서.

 

그러나 그는 나를 모르는 사람인 것처럼 무시하며 계속 묵묵히 자기 하던 일만을 했다. 순간 억울한 감정과 답답함이 몰려왔다. 만약 북미팅을 함께하는 언니들이 나를 말려주지 않았다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더 큰 소란을 피웠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겪으며 나는 단순한 분노를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무례함과 공정성의 결여를 다시금 실감했다. 작은 배려 하나로 피할 수 있는 갈등이 왜 이렇게 자주 일어나는 걸까?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존중과 배려를 실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공정성에 대한 갈증

우리는 모두 공정한 사회를 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번 사건을 통해 나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나만 아니면 돼’라는 태도를 마주했다. 더군다나, 나이가 많고 학식 있어 보이는 사람조차도 그런 이기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더 성숙해지고 배려심이 깊어져야 한다고 배웠는데, 실제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마치 벼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처럼, 나이가 들면 노년의 중후함과 품격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때 문득,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서 은지원이 외쳤던 말이 떠올랐다.

 

“나만 아니면 돼!”

처음엔 단순한 예능적 농담인 줄 알았지만, 결국 그것이 많은 사람들의 실제 가치관이 되어버린 것은 아닐까?

 

 

 

 

세대 간 소통의 부재

그런 일이 있고 나서 얼마 후, 나는 우연히 SNS를 보다가 유시민 작가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되었다. 그는 현재의 60대가 가장 이기적이고 소통이 어려운 세대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이들을 변호하기도 했다. 부모를 부양해야 했고, 정작 자신들은 자식들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 사회적 변화 속에서 또 다른 부담을 지고 살아온 세대.

 

그들의 태도가 무조건적인 개인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화보다는 고집과 아집으로 살아남아야 했던 환경, 부당한 대우를 감수하며 버텨야 했던 경험들이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이 문제는 단순한 개인의 예의 문제가 아니라, 세대 간 가치관의 차이와 소통의 부재를 보여주는 단면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상대의 행동이 불합리하다고 느껴질 때, 그 배경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 분노를 넘어 성찰하고, 조금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작은 실천들이 필요한 시점인듯하다.

 

 

 

 

 

분노를 넘어 해결책을 찾아서

이 경험은 나에게 단순한 불쾌한 사건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1. 공공 에티켓 개선 캠페인

공공장소에서의 매너는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역 커뮤니티와 협력하여 ‘함께 만드는 존중의 문화’ 캠페인을 진행할 수 있다. 포스터와 온라인 홍보를 활용해 공공장소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을 강조하고, 시민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효과적일 것이다. 작은 행동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더 나은 공동체 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 하지만, 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

 

 

2. 주차 시스템 개선 제안

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서관 관리자에게 개선 방안을 건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을 활용한 실시간 주차 현황 공유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주차 공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특정 시간대에 이용이 몰리는 경우, 예약제를 도입하거나 주차 시간을 제한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진다면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고, 이용자들에게 보다 편리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절대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겠지.귀찮으니까. 갑자기 화가 난다.

 

 

3. 세대 간 이해 프로그램

세대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세대 공감 독서 모임’이나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세대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특히 독서 모임을 활용하면 공통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 효과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운영된다면, 세대 간의 간극을 줄이고 사회적 화합을 도모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맞다. 하지만 60대가 과연 필요하다고 공감할 수 있을까?

 

 

 

 

 

작은 변화가 만드는 큰 차이

한 번의 불쾌한 경험이 오히려 나를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통해 나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더 깊이 인식하게 되었고, 그 해결책을 찾아 나서는 동기를 얻었다.우리 모두가 조금 더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진다면 이런 불쾌한 경험은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그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오늘의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조금 더 타인을 배려하고,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나부터, 지금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나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작지만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딛으려 한다. 여러분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꺼 같다.